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부른 인체용 비만·당뇨병 신약의 전성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miRNA(마이크로리보핵산) 기반 '동물판
위고비'를 개발 중인 국내 RX바이오가 새로운 데이터를 공개하며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앞서 고도비만 고양이 대상 1차 실험에서
5%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데 이어, 2차 실험에선 총 7주간 약 8.1%의 감소율을 확인했다.
8일 RX바이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7월 본지를 통해 처음 공개한 고도비만 고양이 대상 1차 동물실험 데이터에 이어, 이날 2차 실험
데이터를 공개했다. 송명석 RX바이오 대표(미국 로스비보 대표 겸직)는 "1차 투여 후 일주일 만에 5.1% 감소, 총 7주간 약 8.1%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1차(9주간 총 5% 감소)보다 더 나은 데이터를 확인했다"며 "1·2차 데이터를 통해 약물 효과를 확실히 확인했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RX바이오는 고양이 비만개체 6마리(암컷 1·수컷 5, 중성화 완료개체)를 대상으로 miRNA 치료제의 체중 감소 효능 평가를 목적으로
실험물질(miR-10a, miR-10b, 및 miR-10a/b mimic·신약물질을 치료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염기서열을 합성한 유사체)을 비만
고양이 개체(BCS 7~9)에 사용했다. BCS는 1~9까지 측정하는데, '4~5'는 정상 체중 범위, '8~9'는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실험은 고지방 식이를 통해 고양이들을 비만 체중으로 유도한 뒤 시험물질을 복강(복부 내부)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miR-10a, miR-10a/b 대비 miR-10b 투여군에서 'M2' 개체(수컷)의 체중이 8.1%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2 개체의
체중은 2023년 4월7일 기준 3.8㎏에서 고지방 식이를 통해 2024년 6월13일 기준 6.8㎏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체중은 miR-10b
투여 전(0주차) 6.8㎏에서 투여 1주 후 6.45㎏으로 5.1% 체중 감소(2주에 한 번씩 투여)를 보였다. 이후 7주차 체중은 6.25㎏으로
0주차 대비 8.1% 줄었다. 실험 관련 간독성(ALP·ALT) 등 주요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RX바이오는 설명했다.
김경호 RX바이오 연구소장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의 경우 1년가량 진행된 데이터에서 13~20% 정도의
체중 감소율을 보인다"며 "RX바이오가 개발 중인 약물은 7주라는 짧은 기간에도 굉장히 높은 체중 감소율을 보였다. 지속 투여 시
더 높은 감소율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X바이오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최적 용량과 투여 간격을 설정하고 개체 수를
늘려 실험군 간 유의미한 결과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체용 비만·당뇨병 치료제에 흔히 쓰이는 GLP-1은 호르몬 계통이지만, miRNA는 유전자를 활용한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단게 회사 측 설명이다. miRNA-10a와 GLP-1 유사 수용체를 비교한 로스비보(RX바이오 최대주주)의
쥐 실험 결과에 따르면 miRNA-10a의 체중감소 효과는 최대 40%였다. GLP-1 계열 삭센다·위고비·마운자로의 평균 감소율은
각각 8.15와 22.5%였다.
송 대표는 2022년 10월 RX바이오를 설립한 뒤 로스비보로부터 인체용 비만·당뇨병 치료 물질을 이전받아 개·고양이용 비만·당뇨병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로스비보 신임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현재 로스비보는 췌장세포를 재활성화하는 miRNA를
활용해 인체용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비임상 독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7년까지 임상을 거친 뒤, 2027년 하반기 신약허가 신청이 목표"라며
"미국 회사 물질을 사용하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신약 승인을 받으면 미국에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